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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렐 차페크]

[차페크의 아내 올가]

 

  현대 체코의 젊은 세대들 중 극소수가 200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 조상들 중 아주 일부만이 체코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그 시절 보헤미아(現 체코공화국 북서부지역) 임금님(이 당시에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가 겸함)의 영토 안에서, 당시의 귀족들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그리고 (오스트리아 제국 공용어인) 독일어를 사용하였으며, 그리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오직 독일어로 말을 했다. 물론 이 당시의 성직자들은 독일어와 라틴어를 사용했다. 체코어는 오직 시골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사용되었다. 지금에 와서는 마치 당연한 것처럼 창작되는 체코어 문학은 이 시절에는 아주 지역적인 측면에서나 그 존재의 가치가 있었다. 이 당시의 체코라는 지역은 체코어로 썼건 아니면 독일어로 썼건, 혹은 그의 업적이 문학적 측면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건 간에 그 어떤 작가 한명이라도 내세울 수가 없었다. 농노상태로부터의 해방에 대한 시도의 차원에서, 시골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에 정착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그들은 종종 그들의 유일한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체코어’까지도 도시로 가지고 왔다. 이런 상태로 수 십 년의 세월이 흐르자, 이른바 ‘민족의 선각자’라는 사람들의 열정이 더해지면서, 체코어는 (現 체코공화국의 수도인) 프라하는 물론이고 독일어를 쓰던 여러 도시들에서 점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체코어 문학은 탄생되었다. 하지만, 체코어 문학의 창시자들은 체코어를 발전시켜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그들의 첫 번째 과업을 이루기 위하여 아주 논리적으로 숙고하였고, 그렇게 해서 체코어를 사용하여 이리저리 뒤엉킨 생각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만들었다. 그들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모든 미사어구들을 발명해냈고, 민족적 자긍심과 예술의 원천인 대중 문학의 열정적인 전도사가 되었다. 대다수의 초기 체코어 작가들이 시골지역에서 나오던 때부터, 문학적 영감의 또 하나의 중요한 원천은 바로 그 당시 시골 주민들의 삶이었는데, 그러한 그들의 삶 속에는 그들의 지혜와 철학적인 견해 그리고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특색이 당연히 깔려있었다.

  도시에서의 경험은 19세기의 중엽까지는 체코어 문학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놓이지 못했는데, 새로운 종류의 경험과 새로운 인간관계 그리고 인간의 삶에 주목하는 다른 방법을 표현하고자 했던 잔 네루다의 작품은 특히 그러했다. 그의 세대는 문화수준이 높은 다른 지역들에서의 그들 사이의 유대관계의 그것과 비교되는 문학 작품의 생산이라는 목표에 사로잡혀 있었다. 또한 당시의 수많은 체코어 작가들은 그 시대 여러 나라들의 위대한 문학작품들이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체코어 사용 독자들에게’ 친숙해지도록 해주기도 한 우수한 번역가들이기도 했다.

 

  19세기 동안, 체코어 문학계는 이렇듯 다른 나라들에서 수백 년 동안 이루어졌던 발전의 코스를 단숨에 통과하였다. 이러한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에 이르러 예술적 완숙기에 이르렀던 이 마지막 세대의 체코어 문학 멤버로는 ‘착한 병사 슈베이크’를 쓴 작가이며 1883년에 출생한 ‘자로슬라브 하셰크’가 있으며,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이 바로 ‘카렐 차페크’였던 것이다. 

 [형이었던 '요셉 차페크']

 

  카렐 차페크는 1890년 1월에 그의 아버지가 의사로 있던 보헤미아 북부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3남매 중 막내였으며, 그들 세 명 모두 예술적 재능을 타고났다. 3명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누나 헬레나는 작가가 되었으며 형인 요셉은 체코의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화가들 중 하나로서 특히 유명하다. 카렐 또한 그림과 관련한 재능이 있었으며, 그렇기에 그가 만든 책들에 - 특히 여행과 관련한 책들에 - 독창적이면서 재미난 삽화들을 그려 넣었다.

 

  이들 세 명의 차페크 남매들은 아주 일찌감치 그들의 집을 떠났다. 카렐과 그의 형 요셉은 프라하로 갔는데, 이 당시 프라하는 아주 뛰어난 학자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던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였다. (예를 들어, 앨버트 아인슈타인도 프라하의 독일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 차페크 형제들은 당시 프라하에서 번영을 누리기 시작하던 현대적인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에게서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카렐은 자신의 형과 공동으로 ‘차페크 형제들’이라는 필명으로 익살맞고 반어적이며 교육적인 이야기들을 출간하던 가운데, 철학과 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카렐은 또한 신문에 예술과 문학에 관한 비평들을 기고하기 시작하면서, 언론계에서 평생을 몸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 당시의 일반적인 통례에 따라, 카렐은 외국으로 유학을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했으며 프랑스의 소르본 대학에서 얼마간 지내기도 했는데, 그곳은 그가 독일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헌신했던 곳이기도 하다. 허나 무엇보다도, 그는 다른 예술가들이나 문인들의 그룹에 가담하여 파리 토박이의 삶을 맛보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고 갤러리나 까페 혹은 서점 등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마음에서 ‘예술인들의 이렇듯 신성한 성배聖杯’를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특기할만한 일도 그의 삶에서 일어나지는 않았다. 심지어 애정문제 같은 것마저도…. 그는 작가로서의 또는 사색가思索家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기대해왔을 수도 있었겠지만, 만약 그의 세대에 그토록 깊은 영향을 남긴 그렇듯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미래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판단해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 비극적인 사건, 즉 제1차 세계대전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며, 그간 인류가 경험해왔던 전쟁들 중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잔혹한 전쟁이자, 각종 폭탄들, 독가스, 기관총들, 그리고 탱크들 등의 현대과학기술의 모든 발명품들이 등장한 전쟁이었다. 

 

  차페크는 - 나중에 ‘베치테류 병’으로 진단된 - 척추에 생기는 병을 앓았으며, 이 병 덕택에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동안에 군복무를 면제받았다. 그는 당시 시골에 계시던 그의 부모님들의 도움 덕택에 이 당시 프라하에 만연된 식량부족사태를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그의 세대의 대다수 사람들이 목격했듯이, 전쟁의 잔혹함과 무의미함은 - 유래 없는 기술적 진보에 의해 모든 사람들이 더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으로 가득차있던 - 세상을 산산이 파괴하고 있었다.      

 

  많은 작가들 그리고 여타 다른 분야의 지식인들은 인간성에 대해 새로운 방향의 정립을 해야 한다는 점과 전쟁 내내 경험할 수 있었던 그 무시무시한 일들이 이 세상에서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통감한 채 돌아왔다. 물론, 전쟁 기간 동안의 경험으로부터 예술가들에 의해 끌어내어진 결론들은 종종 모순된 것들이기도 했다. 전쟁기간 동안 러시아에서 있었던 혁명의 과정에서 마르크시즘의 영향을 받은 유럽 지식인들의 상당수는 국제적 자본주의의 탐욕성과 오만함 때문에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잔혹함을 끝낼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사회주의적인 혹은 심지어 공산주의적인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좀 더 인간적인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 동안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차페크의 결론은 지극히 양면적인 것이었다.   

  일단 무시무시한 상황들이 벌어졌음은 논외로 할 적에, 제1차 세계대전은 체코인들에게 독립된 공화국을 가져다 준 사건이었으며, 이는 역사적으로 체코인들이 자신들의 땅이라 주장했었던 것보다 훨씬 넓은 것이기도 했다. 차페크는 사회의 발전을 위한 기초적인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는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자신의 민족이 독립하는 것을 보았으며, 이는 역사가 그의 세대에게 제공한 ‘기회’라고도 할 수 있었고, 또한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이다음 세대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사용될 ‘혜택’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의 놀라우리만치 창조적인 산출물 때문에, 차페크는 이 당시의 민주화된 체코 문화계를 이끌어갈 대표자가 되었다. 그의 문학적 기여도 때문에, 그는 눈에 띌 정도로 정치적인 사설들, 수천에 이르는 신문기사들, 그리고 돋보이는 신문연재 문학작품들과 칼럼들을 통하여, 그 당시 가장 현대적인 시민들 사이의 이슈에 대한 그의 관점들을 제공하였다. 정치적인 글들과 수필들을 발표함으로서, 그는 이십세기의 가장 위험한 두 가지 이데올로기들, 즉 소련 공산주의와 독일의 국가사회주의(나치즘)에 대항하여 논쟁하였는데, 이러한 이데올로기들은 유럽 문화에서의 인본주의의 전통이기도 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페크는 실용주의에서 철학적인 영향을 받았는데, 이러한 ‘실용주의’는 이 당시 특히 미국 내에서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윌리엄 제임스라던가 혹은 존 듀이와 같은 실용주의자들은 인간의 지식과 마음가짐의 관계에 대해서 강력히 주장하였으며, 이른바 거대한 진실들과 종교들과 이데올로기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강조하였다. 이렇듯 기초적인 가설은 당시 세계를 구하기 위한 모든 세대의 그리고 모든 기념비적인 비전들에 대해 저항하도록 사람들을 이끌었다. 그들은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거대한 진실들이 아니라 ‘관용’이며, 또한 여기서 의미하는 ‘관용’이란 자기 자신의 것과 다른 생각이나 행동 등에 대해 방어하는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용한 진실을 발견해내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임을 의미한다.

 

  차페크는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에드바르드 베네스 박사(체코슬로바키아의 제2대 대통령이 된 인물)의 강의를 받음으로서 이미 실용주의를 받아들였던 상황이었다. 작가로서, 차페크는 이 철학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내용임을 발견하였는데, 왜냐하면 이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심리상태, 예컨대 편협함이라든가 혹은 모든 것들을 너무나도 단순하게 일반화시키려고만 하는 점 등을 비롯하여 사회 내부의 여러 가지 다양하고 중요한 모순점들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상당수의 실용주의자들의 이론들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냈으며, 또한 그는 그러한 이론들을 총체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사회적 모순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과 이러한 모순들을 해결하기 위한 난폭한 시도들 또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는 수많은 수필들 속에서 그의 이러한 생각들을 발전시켜 왔으며, 사실 그의 산문들과 드라마들의 일부도 그의 이러한 실용주의적 사고를 설명하려고 시도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젊은 작가로서, 전후 최초 4년은 열정적인 활동의 시기였다. 그는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하였는데, 처음에는 우익 계열 신문인 《나로드니 리스티》에서, 그리고 1921년 이후에는 자유주의 신문인 《리도베 노비니》에서 활동했는데,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 신문은 궁극적으로 당시 체코의 신문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언론매체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그는 체코의 비노흐라디에 있던 유명한 극장에서 상주하는 극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로봇 R.U.R>과 <마크로포울로스의 비밀> 등과 같은 희곡들뿐만 아니라 그의 형과 함께 풍자적인 코미디 <벌레들의 삶으로부터>를 썼다. 단편집 <고통스런 이야기들>은 공상소설 <언어의 절대성>이 출간될 때에 출간되었으며, 신문들은 차페크의 고도로 독창적인 ‘경외할만한 이야기들’이라고 평해주었다.    

 

  하지만, <로봇 R.U.R.>은 거의 하룻밤사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차페크를 향하여 집중되도록 만들어준 단 하나의 희곡이었다. <로봇 R.U.R.>, 즉 ‘코믹한 도입부’와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수집식 드라마인 <로봇 R.U.R.>은 1920년 봄에 마무리되었으며, 1921년 초에 ‘프라하 국립 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로봇 R.U.R.>은 그 당시에 있어서 극히 특이한 소제를 제시하였다. 예를 들자면, 교활한 인류, 너무나도 훌륭한 노동자, 그리고 ‘감정’이라든가 ‘독창성’ 혹은 고통을 느낀다는 점 등의 ‘불필요한’ 점들이 모조리 제거된 로봇 등이 그러했다. <로봇 R.U.R.>에서 로봇들은 차츰 인간의 모든 작업들과 의무들(심지어 군복무까지)을 대신하게 된다. 차페크는 모종의 혁명적인 발명이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하게 될 것인가를 물은 것이다.

 

  1908년 가을에, 차페크 형제는 ‘체제’라는 제목의 단편을 출간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은 <로봇 R.U.R.>의 기본 개념에 이미 도입된바 있었으며, 심지어 극의 줄거리의 핵심으로서 묘사되기도 했다. 이 이야기 안에서, 사장인 존 앤드류 리프라톤은 노동문제의 해결책으로서 그의 연구를 설명하고 거대한 규모의 생산 시설을 조직한다.


  세상은 가공되지 않은 원료나 마찬가지요. 세상은 아직 연구되어진 물질 이상도 아니요. 하늘과 땅, 사람, 시간 그리고 공간과 무한함, 이 모든 것들은 단지 가공되지 않은 원료일 따름이오. 여러분, 산업의 과제는 누구도 손댄 적이 없는 이 세상을 개척하고 또한 개발하는 것이요. … 모든 것이 가속화되어가고 있소. 노동자들의 질문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소. … 노동자는 분명 기계가 되어야 하오. 즉, 마치 바퀴처럼 우직스럽게 일만하면서 돌아가는 그러한 기계가 되어야 하오. 노동자들의 모든 생각은 이에 대한 반역행위요! 여러분! ‘테일러식 공장관리방안’(미국의 발명가이자 기술자인 테일러가 고안한 공장에서의 생산에 관한 과학적 관리 시스템)은 공장이 돌아가는 것과 관련해서 허황된 것이오. 왜냐하면, 그것은 영혼으로부터의 질문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오. 노동자들의 영혼은 기계의 그것이 아니며, 그러므로 그것은 엉뚱하게 움직이기 마련이오. 이것이 바로 나의 시스템이오. … 나는 ‘노동자’를 단종 시켜왔으며, 그를 또한 정화해 왔소. 나는 노동자 내부의 모든 이타주의와 동료애의 감정, 모든 가족애, 낭만적인 사고, 그밖에 모든 심오한 느낌들을 파괴하여 왔소. …


  <로봇 R.U.R.>에서 그랬던 식으로, 그 이야기는 ‘ad adsurdum’, 즉 사람을 복잡한 생산 과정 속의 아주 작은 일부분으로 만들어, 그것에 의하여 최대의 생산성에 도달한다는 ‘산업의 합리화’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다루었다. 하지만 인간성 말살과 합리화는 이제껏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그들의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들고일어나 그 시스템을 파괴한다. 그것이 바로 1908년에 쓰여진 단편의 결말이다.

  

  희곡 <로봇 R.U.R.>은 그러한 문제를 더 깊숙한 곳까지 확대하였으며, 실로 완벽한 노동자를 구체화하여 무대 위에서 실현하였고, 또한 그러한 존재들은 생산 과정에 불필요한 그 어떤 것이든지 모두 제거된 상태였다. 그러한 인조인간 노동자는 인간보다 생산성이 높고, 그 의미는 인조인간 노동자들이 인간 노동자들보다 더 우수하다는 뜻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여자들이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의한 다른 징조들 사이에서 명백해졌다.

 

  차페크는 그의 환상적인 주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분명 즐거웠겠지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로봇 R.U.R.>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측면 안에서’ 붕괴되고 또한 최종적으로 완전히 파괴되어지고 말게 될 복지와 안녕과 그리고 훌륭한 재산도 따르게 될 ‘멋진 미래’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 연극에서, 이러한 미래의 모습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는 ‘도민’이라는 이름의 로봇공장 관리자다. 인간 노동자들은 실직하게 되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 회사’(R.U.R.)는 아주 많은 밀과, 아주 많은 옷과 그리고 앞으로 더 이상 가치가 없을 모든 물건들을 엄청나게 생산하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필요한 만큼 그것들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더 이상의 가난 또한 없을 것이다. 그렇다, 사람들은 노동에서 해방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다음에 할만한 그 어떤 일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들은 ‘살아있는 기계’에 의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즐기려고 하는 것만 할 것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들을 완벽하게 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렇듯 굉장한 전망의 현실화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차페크는 ‘알퀴스트’라는 이름의 건축가를 인간의 전통적인 가치들을 수호하려는 영웅으로서 등장시켰다. 그 알퀴스트라는 건축가는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 ‘깨달음을 얻은’ 관리자 도민과 그 외 모든 이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하려는 것을 파괴하시고 그들의 예전의 근심과 노동으로 회귀하도록 사람들을 도와주십시오. 파멸로부터 인류를 지켜주십시오. 사람들의 육체와 영혼에 들이닥칠 위해를 용납하지 마시오소서. ‘로봇’으로부터 저희를 자유롭게 해주소서.”

 

  연극에서든 혹은 일반적인 픽션에서든 사람들에게 세계의, 인류의, 그리고 사회의 상황에 관하여 다소 일반적인 의미로서 명확해진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카렐 차페크에게 있어서 항상 중요한 과제였다. 이러한 종류의 설명 같은 것을 작품에 거의 항상 덧붙여왔던 작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로봇 R.U.R.>보다 광범위한 해설을 더 많이 덧붙인 작품 또한 차페크의 작품들 중에도 없었다.   

 

  역설처럼 보이지만, 차페크의 판단들이 항상 신뢰할만한 이야기들로서 반드시 신뢰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차페크의 작품들은 환상적인 주제들, 이국적인 환경들, 흥미를 끄는 줄거리들을 다루었으며, 비평가들은 대개 그의 작품들에 대해서 ‘2류 작품들’로 간주했다. 그 때문에 차페크는 항상 그의 작품들의 철학적인 혹은 지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덧붙이자면, 개인적인 삶의 측면에서 볼 적에 그는 ‘프란츠 카프카’와 비슷했는데, 이는 그가 대중 앞에 그의 개인적인 문제들을 들어내는 것에 소극적인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러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1923년 7월 23일자 《The Saturday Review》라는 신문에서는 차페크의 비평들을 싣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로봇 R.U.R.>의 초연에 따라 영국에서 이루어진 토론에서 차페크의 반응들이 지적되었다. 그 토론에 참가한 특별한 인물들 중에는 유명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와 영국작가 G.K.체스터튼 같은 이들도 있었다.


  저는 과학적인 내용과 진실을 담은 희극을 쓰려고 했습니다. 나이든 발명가 ‘로섬’은 지난 세기의‘과학에 바탕한 물질주의’를 대표하는 자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인조인간을 창조하고자 하는 그의 욕망, 즉 단순히 ‘기계’가 아니라 화학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도 ‘인간’인 존재를 만들고자했던 그의 욕망은 ‘신이란 필요도 없으며 또한 무의미한 존재임을 증명하겠다’는 바보 같으면서도 완고한 소망에 의해 고무되었습니다. ‘젊은 로섬’은 형이상학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정신이 어지럽혀지지 않은 현대적인 과학자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과학에서의 연구’란 산업생산을 위한 길입니다. 그는 과학 연구와 관련해서 ‘그 연구 내용이 현실적으로 산업화가 가능한가?’라는 문제 이상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자동인형’ 같은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이제 오래된 생각입니다. 현 세기의 추세 안에서 그러한 것을 만든다고 할 적에, 이러한 창조물은 대량생산의 원칙 하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산업주의’의 지배 하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산업주의’라는 끔찍한 기계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며,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파괴될 것입니다. 이는 거꾸로 말하자면, 그 끔찍한 기계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할지라도… 틀림없이 더 빨리 그리고 또 더 빨리 작동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인간의 뇌를 생산한다는 것은 그 끔찍한 기계가 마침내 그것을 지배하는 인간의 손에서 벗어남을 의미합니다. 이는 과학에 관한 희극인 셈이죠.


  이러한 단어들은 작가의 목적에 따라 까다롭게 서술되었다. 그의 작품 안에서 차페크는 ‘대량생산’이라는 주제를 다시 돌아보는데, 이러한 ‘대량생산’의 개념은 기계가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기계에 봉사하게 된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차페크가 1924년 여름에 있었던 ‘대영제국 박람회’에 갔었을 때, 그의 발언들은 회의적인 것 이상이었다. “현대 문명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둘도 없이 완벽한 존재라는 생각은 기계적인 것입니다. 기계는 비록 아름답고 완벽하지만, 그들에게 봉사하는 삶 혹은 그들에게 종속되어 있는 삶이란 더 이상 아름답지도 빛나지도 완벽하지도 그리고 매혹적이지도 않습니다. …”

 

물론, <로봇 R.U.R.>에서 차페크는 ‘산업주의’가 파괴적인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앞서 《The Saturday Review》에 올렸던 논평 안에서, 그는 그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저의 두 번째 생각은, 그 희극이 진실에 관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공장장 ‘도민’은 기술적 발전들이 힘든 육체노동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킬 것임을 입증하려고 시도하며, 그리고 그러한 그가 옳습니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 식의 생각을 가졌던 건축가 ‘알퀴스트’는 ‘도민’의 생각과 정반대로 기술적 진보들이 인간을 좌절시키고 있다고 믿었는데, 저는 그의 주장 또한 옳았다고 봅니다. ‘부스만’은 ‘산업주의’가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도 옳습니다. ‘헬레나’는 인간이 이렇듯 기계에 의존하는 점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아주 옳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로봇들 자신들은 이런 모든 생각들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키게 되며,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옳다는 사실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우리가 이러한 여러 대조적인 생각들에 붙여줄 이름들을 따로 찾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이 사람들이 보수적인 사람들이건 아니면 사회주의자들이건, 노랗건 빨갛건, 한마디로 말해서 그들 모두의 생각이 옳건 아니건 간에 그러한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들 모두는 그들이 가진 믿음과 관련해서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그렇기에 나름대로 아주 진지한 동기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것은 그들의 동포들 중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찾고자 하는 그들의 본능에 따른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저 자신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대사회의 대립 중에서 두 개의, 세 개의, 혹은 다섯 개의 비슷비슷한 중대하고 숭고한 생각들 사이의 유사한 충돌을 목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저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현대 문명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요소는 하나의 인간적 진리가 그렇지 않은 진리를 상대로 일어선다던가,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또 다른 이데올로기에 대항해서 일어난다던가, 하나의 긍정적인 가치가 그렇지 않은 가치에 대항하여 일어난다던가, 그리고 숭고한 진리와 비열하고 이기적인 악마 사이의 충돌이라 일컬어지는 그러한 대립 같은 것이 표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희곡의 두 번째 목적의 이 설명에서, 상대주의 철학의 소리를 간파하기가 어렵지 않다. 모든 이들이 그 자신의 진실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그들의 행동이 아주 반대되는 의견들과 관심사들로부터 튕겨 나온 것처럼 보이는 자들의 경우 순전히 관념적인 동기들에 바탕하여 행동하기 마련이다. 차페크도 그의 희극 <강도>와 <로봇 R.U.R.>의 공연 후 쓴 단편 <절대적으로 거대한 것>을 포함한 다른 작품들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지닌 의미를 설명하려고 시도했었다.

 

  아직까지 카렐 차페크가 정말로 이렇듯 창조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었을 때에 한해서, 누가 그들의 업적을 막을 수 있었겠는가? 아마도, 그 자신만이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뒤, 차페크는 공산주의자들의 활동이 지닌 이중적인 요소에 대해 마치 예언자처럼 깨달았는데, 이는 상대주의에 바탕한 신념들이 그들에 대항해서 격렬한 논쟁들을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자들이 주로 역사에 관해서 그리고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자신들이 단하나의 확고한 진리를 가지고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로봇 R.U.R.>은 기술적 진보에 바탕한 미래 모습의 가혹한 상황 같은 것을 명백하게 들려준다. 차페크는 모든 사실들을 동일한 표준에 바탕해서 공연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가 그 자신을 합성하듯이, 그의 작품 속 캐릭터들 중에서 보수적이며 톨스토이를 추종하는 ‘알퀴스트’를 많이 아껴주었다. 그리고 인류의 멸망으로 끝나도록 전개되는 사실보다 ‘도민’이 제시하는 ‘위대한 미래의 모습’의 허위성을 보여주는데 더 많은 노력을 할애 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은 무엇인가? 인류가 모조리 멸망하는 순간, 이 연극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그들 자신들의 진리들 속에서 참된 믿음에 의해 계기를 얻게 된다. 속담을 들어 표현하자면,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목적으로 포장되어 있다고나 할까. 모든 것이 멸망한다는 식의 차페크가 제시한 미래상은 모든 사람들이 그 나름대로의 성공적이고 고귀한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그늘을 드리운다.

 

  그 무엇이 체코슬로바키아와 같은 작은 나라의 작가에 의해서 쓰여진 이 희곡으로 하여금 전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도록 만든 것인가? 의심할 여지없이, 대부분의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이 희곡의 유토피아적인 요소였다. ‘로봇’이라는 단어(실은 차페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차페크의 형 조셉이 만든 것이다)는 기술혁신의 실현에 따라서 수많은 민족과 국가들의 언어들에도 이식되었다. ‘영혼과 감정이 없는 인조인간’, ‘인간의 모습을 가진 기계’라는 점은 무대 위에서 매우 도발적인 효과를 일으켰다. 차페크의 ‘로봇’의 탄생에 의해서, 차페크는 또한 거대한 기술적 안목을 보여주었다. 그는 로봇에게 물리적인 능력만이 아니라 완벽한 기억력까지 부여하였다. “만약 당신이 20권에 이르는 백과사전을 그들(로봇들)에게 읽어준다면, 그들은 명령에 따라 그 내용들을 되읊어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어떤 것도 ‘처음부터’ 생각해낼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성격은 확실히 오늘날의 컴퓨터에도 들어맞았지만, 그러나 <로봇 R.U.R.>이 쓰였을 때 이러한 로봇(혹은 컴퓨터)의 발명은 예기치 못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러시아에서는 혁명이 일어나고 헝가리 그리고 독일에서도 혁명을 시도하려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등 사회적 대변동으로 가득했던 시대에, 로봇들은 또한 자본가들과 정부로부터 억압당하여 급기야 폭발 직전에 놓인 노동자들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차페크는 그의 소설 <절대적으로 거대한 것>이라던가 <도롱뇽 전쟁> 등을 통하여 파멸적인 전쟁이라든가 혹은 전멸을 야기하게 될 폭동이 벌어진다든가 하는 불행한 미래상을 보여주는 내용들을 발표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끔찍한 전쟁이 곧 발발하려고 하던 시대에, 이렇듯 ‘전멸’에 바탕한 미래상은 아주 시기적절하게 전 세계의 독자들과 관객들에게 나타났었음에 틀림없다. <로봇 R.U.R.>의 제2막이 끝나기 직전에, 기본적으로 무방비상태의 인간들은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무장한 로봇들’과 직면하게 된다. 오늘날에 있어서, 이러한 상황은 ‘너무나도 극적인’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현대의 독자들이나 관객들에게 있어서 러시아 혁명 기간의 내전 동안 무자비하게 학살당해야 했던 사람들, 즉 함정에 빠지고 무방비 상태에 놓여진 사람들(예를 들어 러시아 황제와 그의 가족들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됨이 틀림없다.    

 

  그의 어린시절부터, 차페크는 ‘포위’와 관련한 모종의 공포증에 의해 고통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이는 그의 작품에서 ‘포위되는 장면’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데서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그의 드라마 <강도>와 그의 가장 긴 소설 <크라카티트>에서 특히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의 작품 안에서, 차페크는 항상 포위당한 편에 서있으며, 그리고 그는 심지어 경찰들의 압도적인 세력에 의해 포위된 살인자를 동정해주기도 한다. 차페크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 중 하나이자 번역가인 ‘마세시우스’는 차페크의 이렇듯 별난 관심에 관해서 흥미로운 발언을 남겼다.


  어느 날 차페크는 갑자기 멈추어서더니, 그의 지팡이를 휘둘러대었다. 그는 어떤 사건에 의해서 야기되어진 묘한 흥분에 빠져 있었다. 그 사건이란 1912년 4월에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주목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그 사건은 은신처에 숨어있던 범인이 경찰에 의해 포위된 것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한 나의 기록에 의할 것 같으면, 파리에서 활동하던 두 명의 조직폭력배들이 프랑스의 어느 마을의 창고에서 포위당하였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그들보다 훨씬 더 우세한 경찰들에 대항하여 한 시간 반 동안 대항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차페크는 프랑스 신문들을 통해서 그 사건의 자세한 전말을 알게 되었으며, 심지어 나를 위해 그 당시 그 창고와 경찰의 포위모습을 모래에다가 지도를 그려 설명해주기까지 했다.


  마세시우스의 증언에 의하면, 차페크는 그 사건과 비슷한 상황을 경계하였으며, 또한 그가 런던의 화이트채플에서 있었던 몇몇 살인자들에 대한 경찰의 포위에 대한 기사가 실린 신문을 발견했을 때 아주 기뻐했었다. 그 내용인 즉, 그 살인자들이 “천여 명의 경찰관들과 3문의 대포로 무장한 군 병력에 대항하여 밤새도록 싸웠다”는 것이었다.

 

  차페크는 결정적으로 그의 희곡을 위해서 자기 자신이 용맹하게 항거하는 사람들의 한 무리와 함께 하는 모습을 상상하였던 것이다. 그 희곡의 첫 개봉 후 며칠 동안 그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는 인정하는 바이다…. 내가 그러한 이야기에 의해서 희곡을 쓰도록 유혹받았다는 것, 특히 그들의 삶의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그들의 머리가 높은 곳에 매달리는 것임을 알고 있던 한줌의 사람들의 행위에 관한 (앞서 언급된) 그 두 가지 이야기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영웅주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디어이며, 또한 그것은 이러한 소재 쪽으로 나를 유혹한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처럼 보이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는 이러한  아이디어에 충실히 머물러 있었다…. 나는 로봇에 관해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 관해서 생각했다. 만약 내가 그 희곡의 구성과 관련하여 철저하게 생각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작품에서 등장한 6명 혹은 7명의 사람들의 운명인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로봇들이 공격해오는 순간에 관객들이 어떤 가치 있는 존재 혹은 거대한 존재가 말뚝을, 즉 인간을, 인류를, 우리를 향해 공격해 들어올 때의 느낌을 느껴보기를 원해서였다. 그 ‘우리들’은 작업 전반의 진짜 일정이라든가 앞으로의 일과 관련한 창조적인 것들을 지휘해나간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나는 우리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두세 시간 정도로 압축된 간략한 세계 안에서 어느 작은 무리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죽어가는 혹은 죽는 상황에 놓인 인간들을 상상하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직까지 인류 전체의 무덤 위에 서있는 당신 자신을 상상한다는 것, 심지어 대부분의 극단적인 비관론자들은 이렇듯 인류가 전멸해버린 공간에 대한 비범한 의미가 확실히 현실화 될 것이라 보는데, 그러한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즉, 그것(로봇)은 인간이 되려는 위대한 존재라고.


  그러나 <로봇 R.U.R.>을 쓸 때에 그의 원래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인조인간’이라는 그리고 이 혁명적이고 - 지금까지도 아주 환상적인 - 발명이라는 소재에 매혹된 것 같았다.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그 희곡이 일종의 유토피아를 그렸든가 혹은 우리가 오늘날 일컫는 ‘SF장르’의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작가인 차페크는 서기 2000년을 전후한 배경의 내용임을 강조했으며 (이것은 1921년 1월에 개봉했을 때 체코슬로바키아 포스터에서 소개했던 내용이다) 그리고 그의 인위적으로 창조되고 대량생산된 피조물들에 대한 기술적 설명에 아주 많이 주목하도록 전념함으로서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관심과 상상을 고무시켰다.

 

  반면에, 아마도 관객들과 비평가들은 로봇들의 무시무시한 인상에 의해서 대단히 심하다 싶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과연 저 연극은 유토피아의 모습을 일괄되게 추구했는가? 하지만 이 모든 것들 뒤에는, 이 연극이 로봇의 시대가 이미 그 정점에 도달했을 때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기술적 진보가 확실히 20세기가 시작 된지 절반도 안 되었다는 점이 헤아려졌다.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 회사’가 소재하는 섬의 거주민들은 세계의 나머지 부분들과 그 섬을 오가는 연락선에 의해 통신을 해야 하는 상황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차페크는 희곡 전반에서 비행기를 등장시킨 듯 하지는 않다.

 

  비록 이렇듯 우리가 모순점들을 발견할지라도, 박식하고 논리적인 차페크가 그러한 모순들에 부주의한 작가였다고 의심하는 것은 부당할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거대한 것>에서, 그는 ‘원자를 쪼갬으로서 생성된 에너지’(오늘날에 ‘원자력 에너지’로 불리는…)의 사용을 묘사하였으며, 그리고 2년 뒤에 그는 대단히 특이하고 환상적인 소설 <크라카티트>를 썼는데, 그 내용은 핵분열과 방사능의 폭발에 의하여 창조된 거대한 폭발(말 그대로 ‘원자폭탄의 폭발’)을 다룬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추후 백 년 동안의 삶의 기술적 세부사항과 관련해서 (특히 SF 소설을 쓰는 것과 관련해서) 그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SF장르로서 그 희곡을 분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차페크 자신은 그 희곡을 ‘집합적인 드라마’라 칭하였다. <로봇 R.U.R.>이 탄생했던 그 시절에,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던 희곡은 일반적으로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운다는 내용의 다소 집합적인 내용의 것이었으며, 또한 그러한 것이 최신 유행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로봇 R.U.R.>의 주인공이 누구라고 지목할 수 있을까? 이 희곡은 주인공들이 없다. 로봇들과 6명의 로섬의 회사의 이사진들이 하나의 집단으로 불리기는 어렵다. 대신에, 차페크는 예를 들자면 ‘인류’에 관해서, 거대한 상상들의 모음에 관해서 말하기를 원했다. 따라서 그는 그 희곡을 지명했다.

 

  전 세계의 극작가들이 체호프, 입센, 그리고 스트린드버그처럼 되어갈 적에, 최신식 무대는 등장인물과 사회적 갈등 등을 드라마로 만들어 올렸다. 희곡들은 열렬한 감정으로 가득차있었지만, 그러나 차페크는 연극계의 이러한 양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사랑에 관한 내용을 서투르게 흉내 낸 얼마 안 되는 이야기들을 제거했으며, 수많은 공연의 결과들에 관하여 깊이 생각해보기 위해서 그의 노력의 대부분을 집중했다. 제2막에서의 중요한 부분은 그가 창조해낸 주인공들의 논쟁에 집중되었는데, 이는 로봇들이 인류를 멸망시킨 것이 그들의 책임이라는 점에 관한 것이었다.

 

  차페크는 또한 전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희곡에서의 시간적 배경을 다루었다. 프롤로그와 제1막 사이에는 무려 10년의 세월이 놓여있었다. (그래서 배우들의 분장도 바뀌어야 했다.) 특별히 일정치 않은 양의 시간이 제2막과 제3막 사이에서 흘렀지만, 그것은 인류 전체를 멸망시키려는 로봇들을 위해서는 충분했다. 고대 그리스의 작가 아이스킬로스의 작품 <오레스테이아>에서, 아가멤논의 살해와 그의 아들의 도착 사이에는 그 아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자라게 되는 동안의 시간 사이에는 긴 간격이 존재하며, 이는 그 희곡의 통일성을 고려치 않은 것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들 뒤에, 그 희곡은 살인과 복수의 장들을 다루지만, 살인자나 복수자의 성격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이러한 드라마에서 그렇듯이, 주인공들의 죽음 후에 에필로그와 화해, 그리고 행위의 분석 및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새로운 주인공들이 나타남으로서 원인이 되는 사건들이 잇따라 나타난다. 희곡이 모종의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으로서의 목적성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동의를 얻고 있던 시절에, 차페크는 그 희곡의 비극적인 클라이맥스와 로봇들에 의해 명시되어진 지적인 삶에 바탕한 생존을 고려한 추가적인 내용에서 모든 주인공들의 살인자인 로봇들을 따른다.

 

  그 희곡상에서 언어는 가치가 없다. 연극이 전개될 적에, 그 언어는 더더욱 감상적 그리고 고풍적이 된다. 이는 차페크에 의해 연결되어진 특별히 놀랄만한 것이기도 한데, 차페크는 항상 가능하다면 표현이 풍부한 언어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실지로 현대적인 문학 언어의 새로운 종류를 창조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는데, 그러한 언어는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의 능란하게 움켜잡는 듯한 리듬으로부터 파생된 것이었다.

 

  차페크의 작품에서의 주인공들의 이름들은 대개 흥미롭다. 그는 때때로 상징적인 의미의 이름들을 골라내었다. (예를 들어, 소설 <크라카티트>에서 악마로 상징된 사내의 이름은 ‘드 헤논’이고, ‘다이몬’이라는 이름으로 나중에 나타난다.) 하지만, 그는 결코 <로봇 R.U.R.>에서 이러한 방법을 일관되게 사용하지는 않았다. 로봇의 발명가는 ‘로섬 노인’이지만, 이는 ‘젊은이 로섬’이 요구사항이 대단히 적은 ‘이상적인 노동자들’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오랜 세월을 보낸 사업가로서’ 개조된 존재이다. (‘로섬’이라는 단어는 ‘이유’라는 뜻을 지닌 체코어 ‘로줌’과 관계있는 말이다.) (극중에서는 실지로 나타나지는 않는) ‘로섬 노인’과 ‘젊은이 로섬’의 이름들은 각자 ‘창조’와 ‘파괴’를 상징한다. 차페크의 구상안에서, 그러한 이유는 전통적 질서에 대항하여 들고 일어나도록 사람을 이끌어나가며, 전체적인 흐름을 위해 마지막 부분에서 파괴를 가져오게 된다.

 

차페크는 (5개 국어를 유창하게 했는데) 언어들의 여러 종류로부터 그의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을 이끌어내었다.

 

예를 들자면, 공장관리자의 이름인 ‘도민’은 ‘지배자’를 뜻하는 라틴어 ‘도미누스’에서 나온 말이다.

로봇의 심리상태와 교육을 담당하는 ‘할레메이어’는 독일어에 기원을 두는데, ‘경영자’를 의미하는 ‘메이어리스’와 드넓은 홀이나 들판을 의미하는 ‘할레’의 합성어이다.

영업담당이사인 ‘부스만’(Busman)은 ‘사업가’(Businessman)를 줄인 말에서 나온 이름이다.

보수적인 형태의 여성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인 ‘나나’의 이름은 러시아어로 ‘간호사’를 뜻하며, ‘갈 박사’의 이름은 그리스의 유명한 내과의사 ‘갈렌 박사’의 이름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차페크는 또 다른 희곡 <하얀 페스트>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는 평화주의자인 내과의사의 이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갈렌 박사의 이름을 다시 사용하였다.

기술자인 ‘페이브리’의 이름은 창조자를 뜻하는 ‘호머 페이버’에서 따온 것이 확실하다.

건축가인 ‘아퀴스트’의 이름은 차페크 자신의 철학을 가장 명료하게 설명하기 위해 이 희곡에 등장한 인물이다.

“저는 너무 장황한 계획을 펼쳐나가는 것보다 단 하나의 벽돌을 깔아놓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지구상의 낙원을 주는 것만큼 끔찍한 것도 없습니다” 같은 그의 발언들은 차페크의 작품들에서도 반복되었다.

‘알퀴스트’라는 이름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는 뜻을 지닌 스페인어 ‘엘 퀴스토’와 ‘누군가’를 뜻하는 라틴어 ‘알리퀴스’가 합쳐진 것이라 생각된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의 언어적 기원들의 다양함은 더 깊은 상징성을 가진다.

그들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섬에서 멸망하게 되는 고립되고 단순한 개인들이 아니라, 매우 곤란한 지경에 놓여있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대표들인 셈이다. 

 

  제2막에서, 차페크는 절망적인 상황에 대항하는 그들의 전투에서 마지막 사람들의 영웅적인 행위를 신성시하듯이 설명하는데, 이는 양심에 가책이 되는 것을 찾기 위함으로 보인다. 누가 그와 같은 대이변의 원인을 제공했는가? 이에 알퀴스트는 외친다.

 “나는 과학을 저주한다! 나는 기술을 저주한다! 도민, 나 자신, 그리고 우리 모두를 저주한다! 우리는, 우리는 모두 잘못을 저질렀다!”

갈 박사도 자신을 저주하는데, 이는 그가 로봇에게 영혼(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불어넣으려 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로봇에게 영혼을 불어넣은 이 행위를 저주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 그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헬레나도 마찬가지로 그녀 자신을 저주한다. 왜냐하면 그녀 또한 로봇에게 영혼을 주려고 했으니까 말이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비록 일부는 유토피아에 대한 비전 혹은 그들을 뒤에서 통제하던 힘들을 비판하는 등의 마음에 따라서 그들 자신들이 한 일을 용서하기는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과연 그들이 잘한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가며 반성한다.

 

  차페크는 결코 섬세한 인격묘사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로봇 R.U.R.>에서 그의 등장인물들은 심리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어떤 공통된 성격이 부족하다. 사실, 그들의 행위는 이미 그들의 이름에 의해서 미리 예시되어 있었다. 그들 각각은 그가 반복적으로 나타내려고 하는 간단하고 기본적인 생각을 단순히 나타내는 역할을 하는 존재들일 따름이다. 이 연극의 주인공들의 행위들은 그들의 관계에서부터 ‘삶 그리고 비현실적인 유토피아 사이의’ 기본적이고 숙명적인 대립으로 단순히 흐르게 된다.

 

  이것은 고전 신화에서 운명의 거대한 대립을 위한 희곡의 아주 처음 부분에서 관객들에게 되돌아온다. 차페크는 그가 어렸을 때 고전 희곡에서 그가 느낀 매력을 설명한 바 있다. 기원전 3세기에 쓰여진 플라우투스의 희극 <메나에크무스 형제>에 대한 그의 비평에서, 그는 그의 로봇 연기를 위한 지침을 제공해준 듯한 것으로 후일 판단되는 희곡적 구조를 칭찬한 바 있다.                       


  모든 감정적이고 도덕적인 특성들이 나타난 뒤에, 입센이 나타난 뒤에, 마음을 통하는 내용의 희곡이 나타난 뒤에, … 우리는 단순하고, 고요하며, 직접적으로 고전적인 희극을 요구하게 되었다. …  극히 초기서부터, 모든 등장인물들은 그 자신의 단 하나의 의욕적인 관심꺼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그 희곡의 진행 상황을 관객들이 명쾌하게 쫓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의지를 바꾸게 한다거나 혹은 심리적인 발전에 변화를 주는 것도 없다. 등장인물들은 확신 있는 태도를 보이며, 전형적이고 일반적이며 단순한 수단이 있다. 그들의 전형성은 살아있는 것 같은 내용의 한계를 그들에게 주며, 최소한도로 평범한 세부사항과 개인적인 특징들이 필요할 따름이다. 그러한 연극에서의 대화는 마치 연대기의 설명 같은 식으로 진행되어지며,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은 단일하고 일관된 설명에 의해서 표현될 따름이다.


  고전적인 희곡에서, 사나이는 주로 그의 씨족의 대표자이며 정의와 진리를 위해서, 그의 원죄와 연관된 조상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의 존재의 의미를 위해서 투쟁을 이끌어나간다. 그러한 희곡에서의 투쟁은 개성적인 존재들 사이의 충돌로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원리원칙의 충돌로부터, 혹은 운명이나 여타 초자연적인 힘과 같은 지고한 힘들에 의한 인간의 대립으로부터, 혹은 신들이 탐탁찮게 여기는 것을 좋아하는 모든 존재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충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 희곡에서는 사람들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투쟁하는 것뿐만 아니라 운명의 지고한 힘과 싸운다던가, 정의를 위해서 싸운다던가 하는 것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그런 내용이 바뀐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희곡의 등장인물에게 있어서는 위엄을 갖추어 굴복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로봇 R.U.R.>에서 인류의 대표자들이 최종적으로 공격당하는 식으로 파멸하는 것은 신들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과 전통과 인간의 운명에 대항한 인간 행위의 결과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절대적이며, 피할 수도 없으며, 숙명적인 것이기도 하다.

 

  31살 된 작가 차페크가 <로봇 R.U.R.>을 선보였을 때, 그에게는 오직 18년 동안의 인생이 남아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전의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과 비슷할 정도의 짧은 생애에 있어서,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대통령이자 체코슬로바키아가 오스트리아 제국으로부터 독립하도록 이끌었던 T.G.마사릭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970년대, 공산주의국가였던 체코의 반체제 언론은 현대 체코 역사에 있어서 가장 기념비적인 인물과 관련하여 (물론 비공식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카렐 차페크는 정확히 마사릭 대통령의 ‘바로 뒤에’ 위치해있었다.

그 두 이름들은 확실히 함께 있었다. 마사릭 대통령의 손자뻘 되는 차페크는 마사릭 대통령의 가장 친한 친구들 중 하나가 되었으며 종종 대통령의 비공식적인 대변인으로서 봉사하곤 했다. 1920년대 초반부터 계속 마사릭 대통령은 ‘체코 지식인들의 일반적인 금요일 만남’의 일환으로 차페크의 빌라를 방문하곤 했다. 그의 책 <마사릭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차페크는 마사릭 대통령의 삶의 경험들을 요약한 것과 그의 정치적, 철학적, 종교적인 관점들 등을 서술해놓았다.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차페크와 마사릭 대통령]

 

  일반적으로, 차페크의 소설들은 그의 창조력의 정점이라 여겨졌는데, 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다룬 소설 <크라카티트>라던가 혹은 1930년대 초에 나온 3부작 소설인 <호르두발>, <유성>, 그리고 <일상적인 삶> 등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소설들은 일반적으로 철학적인 산문으로 등급이 매겨지는데, 하지만 현실성에 있어서 그 소설들은 아주 개인적이며, 그 중 앞서 두 권은 이국적인 환경을 배경으로 한데다, 이들 작품들은 모두 두드러질 정도로 자전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겠다.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다룬 것으로서는 차페크의 마지막 작품인 <도롱뇽 전쟁>은 열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로봇 R.U.R.>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로 되돌아간 이 작품에서, 차페크는 인류에게 대항하여 들고일어나는 지식인의 또 다른 형태를 묘사하고 있다.

 

  이렇듯 더 많이 광범위한 규모의 작품들은 무겁고, 철학적이며 그리고 딱딱한 것으로 사실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롱뇽 전쟁>의 경우 또한 전 세계 문학에 있어서 일부러 논쟁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생각에서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민중을 ‘달래는’ 것에 바탕한 정치 기술에 대한 혹은 받아먹기만 하는 측면에 있는 시민들의 천박함을 가장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즉, 1935년 초에, 차페크는 이러한 정치상황과 사회상황의 비극적인 결과들을 이 <도롱뇽 전쟁>을 통하여 예언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페크의 특별한 재능은 <리도브 노비니>라는 신문에 주로 기고하던 그의 비평들과 소설들 그리고 짤막한 산문들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여기에서 그는 일반인들의 매일매일의 관심사들, 즐거워하는 일들, 미신적인 것들, 사랑이야기들, 그리고 그러한 일반인들을 둘러싼 소재들 간의 충돌들을 다루었다. 그의 간결하면서도 평범한 이야기들과 칼럼들 속에서 그는 그의 재치 있는 식견의 거대함과 백과사전처럼 광범위한 지식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해주었다.

이러한 그의 식견과 지식은 문손잡이라던가, 성냥상자라던가, 난로라던가 혹은 진공청소기 같은 일상의 소품들 안에서 흥미롭거나, 역설적이거나, 혹은 자극적인 소재를 발굴해내는 그의 능력과도 결부된 것이었다.      

 

  이러한 칼럼들은 <원예가의 12달>, <나는 개와 고양이를 기르네>, <친밀한 것들>, <희곡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그리고 <다쉔카, 혹은 강아지의 삶> 등과 같은 제목의 책들의 형태로 모아졌다. 차페크의 2권짜리 추리소설 <두 주머니들로부터의 이야기들>은 특정한 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다. 

 

  차페크는 또한 자기 자신만의 짧은 산문 장르를 만들었는데, 그는 이를 ‘아포크라파’라고 불렀다. 고도의 독창성과 종종 유머러스한 형태를 지닌 이 장르 안에서, 그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에피소드들이라든가 혹은 성서에 나와 있는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기 방식대로 뜯어고쳐 쓰거나, 혹은 신화나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을 의외로 가볍게 처리하거나 하였다. 

 

  그의 말년에 있어서, 차페크는 민주주의와 전체주의(파시즘) 사이에 놓여있던 유럽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는 투쟁을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두드러지게 정치적인 수필들을 썼으며, 그 수필들은 파시즘 세력이 정권을 잡은 국가들에서의 지식인들의 책무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는 그러한 지식인들의 국가 상황에서 볼 적에 최대의 반역행위를 조장하는 내용이었다.

차페크는 이러한 그의 생각을 널리 퍼지게 하려는 목적에서 두 개의 희곡들을 썼는데, 하나는 <하얀 페스트>이며 다른 하나는 <어머니>였다. 이들 희곡들은 흥미를 자아낼 정도로 복잡하고 또한 독창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했으나, 팽팽하게 긴장된 정치적 상황으로부터 파생되었기에 확실히 어느 한쪽에 치우쳐진 내용으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에 그 희곡들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적잖이 끌었다.)

이 시절 동안, 차페크는 독일국가사회주의(나치즘)가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을 막으려고 했던 첫째가는 유럽 예술인들 중 하나였다.

 

  1938년 가을, 히틀러와 서유럽 민주주의세력간에 저주받을 뮌헨 회담이 있었던 뒤에, 민주주의적 개념과 관련한 마사릭 대통령의 대리인이던 차페크는 극우주의자들(파시스트들)과 선정적인 언론의 목표물이 되었다. 그는 얼마간 방관하는 측면으로 발을 옮겼으며,  다가오는 시대의 반영웅(反英雄)으로서의 완벽한 상징으로 그를 떠받들었던 명성에 대한 파시스트 세력의 공격으로 의심할 여지없이 의기소침해졌다.      

 

  히틀러가 체코슬로바키아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절박하게 대두되어진 때에, 차페크의 친구들은 그에게 이민을 갈 것을 제의하였다. 다른 나라들이 차페크를 환영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특히 그가 아주 극소수의 다른 나라 작가들과 함께 인기를 누렸던 영국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차페크는 이민 가는 것을 거부했으며, 위기에 놓여있던 자신의 조국 그리고 그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운명을 함께하기를 원했다.

 

1938년 크리스마스 날에 그는 병에 걸려 몸져누웠으며, 아주 일반적이고 하찮아보이던 그 호흡기 질환은 결국 차페크에게 있어서 치명적이 되었다. 그는 이렇듯 호흡기 질환이 악화되어 폐렴에 걸려 죽었는데, 그 병은 몇 년 뒤에는 치료가 가능한 병이 되었다. 차페크는 그의 어두운 예견을 완벽하게 확인시켜준 전쟁을 보기 위해 살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그에게 행운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왜냐하면 그는 이미 나치에 의해서 ‘공공의 적 제1순위’로 낙인찍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차페크는 폐렴으로 죽지 않았더라도 나치의 수용소들 중 하나에서 사망하였을 것이며, 그것은 또한 그의 형 조셉을 비롯한 수많은 체코슬로바키아 지식인들에게 놓여진 운명이기도 했다.           

 

  <로봇 R.U.R.>에 대한 독특한 반응에 의해 이미 예견되었겠지만, 차페크는 그의 나라에서만이 아니라 나라 밖에서까지도 현대 체코 작가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그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여러 종류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여전히 계속 출간되고 있다. <로봇 R.U.R.>은 여전히 살아있는 작품이다.            

출처 : [기타] 인터넷 : 차페크의 사진들 출처 - http://capek.misto.cz/obrazky/portrety/portraits.html 서적 : R.U.R. (Rossum's Universal Robots) of Penguin Books의 Introduction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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